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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감정평가, “가격변동 없음” 증명 못하면 무효…대법원 잇단 파기환송
최근 상속·증여세 재산평가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판결의 쟁점은 상속이나 증여가 이루어진 뒤 시간이 지난 후 과세관청이 별도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그 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이른바 ‘소급감정(사후감정)’을 둘러싼 다툼이다.
그동안 과세관청은 평가기준일과 가격산정기준일을 형식적으로 맞추면 수개월 뒤 작성된 감정평가서도 당시 시가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2024두31963 판결(2026.5.14. 선고, 증여세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가격변동이 없다는 점과 정당한 세액을 입증하지 못해 처분이 전부 취소되며 납세자가 최종 승소했다.
이어 2024두44716 판결(2026.8.12., 증여세)은 파기환송되어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가격변동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내졌다. 같은 해 8월 13일에는 2024두55402(상속세), 2024두56641(상속세), 2025두33867(증여세), 2025두34484(증여세), 2025두35002(상속세) 등이 잇따라 파기환송됐고, 2026두30659 판결(2026.7.16., 증여세)에서는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개로 한 비상장주식 평가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들을 단순히 “사후감정평가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사후감정 제도 자체는 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핵심은 평가기간 밖에서 작성된 감정가액을 시가로 사용하려면 평가기준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동안 하급심 일부에서는 “증여일과 가격산정기준일이 같으므로 두 날짜 사이에 시간 차이가 없어 가격변동도 없다”는 논리를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명백히 부정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심리 대상 기간은 평가기준일에서 가격산정기준일을 거쳐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전 구간이다. 가격산정기준일을 형식적으로 증여일이나 상속개시일에 맞춰 놓았다고 해서, 그로부터 수개월 뒤 작성된 감정평가서가 자동으로 당시 시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까.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요소는 크게 대상물 자체의 변화(토지의 분할·합병, 지목·형질 변경, 건물의 철거·멸실이나 신축·개축·증축), 법률·규제상의 변화(용도지역·지구 변경, 공법상 제한의 설정·해제), 주변환경의 변화, 그리고 평가기준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시간적 간격 등이다.
여기에 더해 사후 가격변동을 감정평가 기법으로 적절히 보정할 수 있었는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위험성까지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제 시가를 과세관청과 다투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판단요소를 뒷받침할 구체적 입증자료가 중요하다. 평가기준일·가격산정기준일·감정서작성일을 비교한 표는 시간적 간격을 보여주는 기초자료가 되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는 시장가격의 실제 변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개별공시지가의 연도별 변동은 가격의 상승·하락 추세를 가늠하는 지표이며, 지가변동률은 지역 전체의 가격변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가견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주변 유사건물의 거래사례를 통해 사후감정가액과 객관적 시장가격을 비교하는 것도 가격변동을 입증하는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감정평가서에 적용된 비교표준지의 선정이 적정했는지도 다퉈볼 부분이다. 필요하다면 감정평가법인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실제로 사후 가격변동을 어떻게 보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건축허가나 용도지역 변경 내역, 주변 개발사업 자료, 민간 감정평가 결과 등도 과세관청 감정의 오류를 검증하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
결국 위 판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세관청의 사후감정이라는 제도 자체는 적법하지만, 사후감정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가 자동으로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 나아가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과세관청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만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속·증여세 조사 과정에서 사후감정평가 결과를 통지받은 납세자라면,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 동안 대상 부동산이나 주변 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가변동률, 개별공시지가 변동, 인근 실거래가 등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다툰다면 과세관청의 사후감정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방어권을 행사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미리 관련 자료를 준비해 두는 지혜와 준비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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